자랑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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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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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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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2021/01/19 22:22
2021/01/19 22:22


깜짝 놀라 눈을 떴을 때, 마음이 공허하고 아련했다. 한파가 밀려온 겨울 공기의 차가움보다 더 차디찬 감정이 눈을 통해 흘러내렸다.

잠 기운과 여운이 섞인 감정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행여라도 일어나면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잊혀질까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것은 전체가 생략된 단편적인 기억이었다. 있을 리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 그 속에서 나는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어깨를 감싸주고 그녀의 머리는 나의 어깨에, 나의 손은 그녀의 어깨에 올려져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표정은 한 겨울의 촛불처럼 따스했으며 그것은 현실의 내가 볼 수 없었지만, 바랬었던 표정, 상황, 감정이었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잠은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감정들이 전부 흘러 나가기를 기다리며 기억의 끝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 했다.

그 시절 나는 소심했다. 말수도 적었고, 철부지처럼 지냈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른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녀는 나의 동기였다. 밝지는 않아도 진중했으며, 조용하더라도 남들을 챙겨줬었다. 자신의 감정을 모르던 어린 아이는 가까이 있고 싶어, 그녀가 참석하던 과 행사에 전부 참여했고, 돌아가는 길에는 초코에몽을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 우울한 나는, 촛불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와 대비되었다. 그래도 그저 보는 것,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녀처럼 은은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앞에서 멈춰버린 머리와 불타고 있는 마음으로는 두서 없는 말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색한 정적이 흐를 때에도 멋쩍게 웃어주던 웃음이 생각난다. 그처럼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어 그녀 앞에 나타나고 싶었지만, 서투른 마음을 가지고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미련이 가슴에 남아있어 그대가 찾아오더라도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네요. 그래도, 만약 미련이 없는 꿈 속에서 다시 그대를 보게 된다면, 그댈 먼저, 제일 먼저 안아줄 거예요.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를 머리 속으로 되뇌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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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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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2021/01/19 22:30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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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다

익명2
2021/01/19 22:31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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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했던 노래. 푸른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