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혼모의 이야기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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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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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02:06
2021/03/25 02:06



이제 막 늦은 점심을 먹은 오후

랩실에서 다시 하던대로 구더기를 들여다 보려던 찰나 갑자기 방 안에 날카로운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돌아보니 교수님이 셔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시고는

'일단 알아서들 하고 있어'

라고 하시곤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

뭐, 이런 일은 흔한 일이었다. 다시 평소 그렇듯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구더기의 기문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다시 집중을 하기 시작할 즈음 곧 다시 집중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이 급하게 문을 열어 젖히시고는

'야. 잠깐 같이 가자. 너, 너, 빨리 나갈준비 하고 나와.'

라고 나와 선배 한명을 콕 집어 말하셨다.

교수님은 그 말만 남기시고 다시 급하게 사라지셔서 나는 뭘 다시 물어볼 새도 없었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머릿속으로 기계처럼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준비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 교수님 차를 타고 나서야 드디어 교수님께 무슨 일인지를 물어볼 수 있었다.

'교수님 뭔일이길래 이렇게 급하셔요'

'사건 자문해달라고 요청 들어왔다.'

'사건이라니... 무슨 사건이요?'

'영아유기치사.'

이 한 소리만 듣고 나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누군가 아이를 버렸다. 그리고 그 아이는 죽음에 이르렀고, 그 시체는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아 부패가 시작되었기에

그렇기에 우리를 불러 사망시각을 알기 위한 자문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뭘 보게 될지 어떤 상황을 마주할지에 대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잠시 차를 타고 달렸을까

어느새 큰 경찰서 앞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교수님 저희 사건 현장으로 가는게...'

라고 의문을 품은 물음을 던지자 교수님은 나를 칠칠맞다는 표정으로 보시고는

'야, 생각해봐라. 우리가 경찰 관계자야 아니야?'

이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경찰의 필요에 의해 불려왔는데, 경찰 소속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린 경찰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거니까 경찰 관계자라고 할 수 있나?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어중간한 대답을 했다.

'아닐거 같습니다.'


'아닐거 같은게 아니라 아니다잉.'

그렇게 짧은 대화 후에 다시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 교수님의 뒷머리만 따라 어느 방 안으로 들어서니 교수님이 어느 분과 인사를 하시고는 우리를 대충 소개하셨다.

그리고는 곧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어떤 서류 뭉치가 나오더니 그 속에서 사진이 쏟아졌다.

아이의 시신 사진이었다.

아이는 키와 체격으로 보아 10개월 미만의 여아였으며 분홍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자세는 머리가 위로 쭉 뻗어 있었다. 또한 목부분에 살짝 부푼 듯한 굴곡이 보였다. 한참을 울었다는 증거겠지.

또한 시신은 전체적으로 약간 마른듯 거무틔틔하게 미라화가 되어있었다.

전체적인 사진을 본 뒤로는 손,발 등의 국소부위의 확대사진을 보았다.

아이의 손에는 약간 얽은듯한 움푹 패인 구멍들이 보였다. 또한 손 옆의 소매에는 곤충의 알처럼 보이는 것이 붙어있었다.

교수님은 같이 사진을 보시고는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이거 시신이 어디 있었던거같냐?'

그 말에 나와 선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시신은 미라화가 진행되어있다.

즉 온도와 습도가 비교적 일정한 환경에 방치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시신의 상태에 비해 주변에 꼬인 벌레들의 종류를 보나 수를 보나 너무 이상했다.

이정도로 방치된 시신이라면 파리목의 곤충들이 많이 꼬여 있었어야 했고, 이는 곧 유충들에 의해 시신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시신은 너무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즉 시신은

1. 상대적으로 습도와 온도가 일정한 공간에 있었다

2. 직사광선 등으로 시신의 온도가 변하는 일도 없었다.

3. 밀폐된 공간에 있어 곤충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 선택지는 많이 좁혀진다.

우선 습도와 온도가 일정해야 한다면 우선 야외는 제일 먼저 선택지에서 사라진다.

또한 일반 가정집 내도 우리가 느끼는데 비해서 밤낮으로 온도와 습도 변화가 심한 환경이다. 즉 지상에 있는 건물도 제외된다.

실제로도 지상건물 내에서 고독사한 시신들은 정말 참혹하게 부패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창문이 거의 없는 밀폐된 환경이어야 한다. 곤충은 의외로 창문 틈으로도 매우 자유롭게 왕래한다.

결국 정답은 지상에 있지 않으며 창문 또한 적거나 없고 늘 햇빛이 들지 않는 환경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충족하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아파트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아파트 지하실이다.

우선 땅에 묻혀 있기에 온도와 습도가 지상 건물에 비해 매우 일정하다.

또한 창문이 없거나 매우 적으며 내부에선 보일러 등이 돌아가기 때문에 시신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낸 답을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물론 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뭉뚱그려서.

'어딘가의 지하실 같습니다.'

'맞어. 아파트 지하실에서 발견됐댄다.'

추론이 정확하게 맞았다.

'그러면 거기 붙은 알은 뭔지 알겠어?'

'거저리같은 딱정벌레류 같습니다.'

'맞어. 그게 파리알은 아니지.'

그리고 그 말을 듣고는 나는 잠시 슬픈 감정을 느꼈다.

딱정벌레는 보통 사체의 부패가 끝나갈 즈음 더이상 시신이 썩을 것이 없을 때 말라가는 건조기에 찾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꽤 오래 거기 있었을 수도 있어.'

이 아이는 누군가에게 버려졌다. 그리고 아이는 누가 오길 바라며 한참을 울었을 것이다. 죽음에 이르기 직전까지도.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지하실의 넓은 공간에 희석되고 두꺼운 문에 막혀 밖에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아이는 떠나고 시신만이 한참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몇종의 딱정벌레만이 찾아왔다.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대충의 상황만을 정리하고는 우리는 사진과 현장에서 채집된 곤충들이 담긴 검은 백을 받아들고는 밖으로 나섰다.

차에 타서 다시 랩실로 돌아오는 길에 유독 숙연해진 차 안이 어색하셨는지 교수님께서 한마디를 던지셨다.

'있잖어. 경찰들이 손에 있던 벌레가 파먹은 자국 있잖아.'

'예'

'그거 보고 초짜는 아동학대로 죽은 애인줄 알았댄다. 아동학대로 죽은 시신을 옮겨놨다고 생각했대.'

'...'

'... 바보같지 않냐?'

'뭐... 모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건조한 대답을 던지자 교수님께선 이내 그냥 분위기에 체념 하셨는지 다시 조용하게 운전만 하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랩실로 돌아와서 받아온 곤충들을 현미경으로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밝혀진 사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시신은 그렇게 오래 방치되지 않았다.

아이는 발견 당시 사망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저 그 지하실 보일러 옆에 뉘어져 있어 시신이 매우 빠르게 말랐던 것이었다.

또한 아기들은 체구 자체가 작고 체온이 성인에 비해 1도정도 높기에 시신의 건조가 더욱 빨리 일어난다.

정확한 시간은 알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오차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이는 것은 성공했다.

다만 문제는 이것이었다. 아이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버려졌다는것.

아이가 버려진 후 얼마나 오래 살아 있었는지를 알아야 아이가 언제 버려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변수가 많은 것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저 사망 시각만을 적어 보내면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우리는 결론낸 사망추정시각을 작성해서 보냈다.



그렇게 그 일이 잊혀질 즈음에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아이를 유기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범인은 20대 초반의 미혼모였다.

물론 우린 관계자가 아니기에 자세한 정보는 듣지 못했다. 정말 이정도의 특별하지 않은 정보들만 겯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단편만으로도 어느정도는 사건 경위가 이해가 갔다.

철없는 사고로 아이를 얻은 미혼모가 생이 고달파 아이를 유기한. 너무나 슬프게도 너무나 흔한 그런 사건이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하고는 잠시 생각을 했다.

사진 속의 아이는 영양 상태가 나빠보이진 않았다. 정말 평균적인 관리를 받고 자란 것 같았다.

즉 아이의 어머니인 그 소녀는 아이에게 어느정도 애정이 있었다는 뜻 이겠지.

하지만 그런 애정으론 더이상 버틸 수 없을만큼 삶의 어려움이 다가왔으리라.

그렇게 어미는 그 아이를 길가에 우연히 보인 열려있던 지하실에 놓고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어두운 공간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에 그렇게 울부짖다 떠났다.

대체 이 사건에서 악인은 누구일까

대체 누가 악했기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던 것일까.

잠시 랩실을 나와 화장실에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도저히 결론이 나오지 않아 이내 다시 랩실로 향했다.

난 그녀가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현행법에 따르면 결코 좋은 판결을 받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만 지레짐작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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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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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2021/03/25 02:18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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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다고 하기에는 그 죄가 무겁다

글쓴이
2021/03/25 02:20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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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사건에서 악인은 누구일까
대체 누가 악했기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던 것일까."

익명2
2021/03/25 02:5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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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안타깝지만 엄벌을 내려야 마땅하다

익명3
2021/03/25 04:30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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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 악인...이라고 하기에는 모르겠다
죄는 너무나도 명백하고 무겁지만 상황은 참 안타깝기도 하고
저 아이의 아빠 또한 당연히 잘못이 있겠지만 그 잘못의 경중은 과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듯하고
어렵네..

익명4
2021/03/25 07:34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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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보면 참... 아이는 둘이서 만드는건데 책임은 한명이서만 지는게 씁쓸 ㅋ

익명5
2021/03/25 08:15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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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보육원에 맡기면 안되나??

익명7
2021/03/25 10:24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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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 악인이지
다른 방법이 있는데 애들 죽였잖아

익명9
2021/03/25 14:09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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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혼모가 악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