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더 예쁘다. 뭘 그렇게 수줍게 웃어요. 나 또 반했잖아. 꼬마다미들, 나 기다렸어요? 아닌 척 하지 마요. 재채기랑 사랑은 숨길 수 없대. 그대 준며들듯, 나도 다며들었어. 자꾸 생각나서 또 왔어요.
스며들다 2화: Talk
집에 들어오니 어쩐지 피곤했다. 하긴. 나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카페 면접을 보고 왔으니.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을까. 이제는 그 카페 앞 지나가기도 좀 그렇겠네... 에이 알 게 뭐야. 그치만.. 그 사람이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 나 이런 적 없었는데.. 사람 외모에 끌린 적도,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 적도 없었어.. 내가 차라리 고양이였으면 좋았겠다. 그러면 그 사람이 경계 없이 나를 쓰다듬어 줄 텐데...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땐 잠이 최고다. 밤 11시. 몇시인가 시계를 보려고 핸드폰을 켰다. 카톡이 와 있었다.
[까꿍. 바리스타님?] 오후 10:11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일찍 잠들었던 건 아니죠? 미인은 잠꾸러기라던데..^^]
[카페 마감하고 집 와서 씻고 연락 드리니까 이 시간이네요. 내 연락 기다렸어요? 안 기다렸다고 하면 나 섭섭할 거야.] 오후 10:57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생각하고 연락 드린다는 게 No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까 봐.] 오후 10:58
[사실 생각 많이 했어요. 그쪽 가고 한참. 정신 못 차리고 일 하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 아야.] 오후 10:59
뭐지?
[어? 1 사라졌다. 나한테 왔네요. 꼬마아가씨.] 오후 11:00
오후 11:00 [아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어쩐 일은 무슨. 내 연락 안 기다렸어요? 그러려고 번호 남기고 간 거 아니에요?] 오후 11:01
[축하해요, 정식으로 바리스타 된 거. 내가 그쪽 선택했어요. 위험할 것 같아서 당신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눈빛이 자꾸 생각나더라고. 우리 같이 일 해 봐요.] 오후 11:02
오후 11:03 [아.. 감사합니다.. 솔직히 예상 못했어요..]
[뭘 예상을 못해, 바보야 ㅎㅎ 우리 같이 잘해봅시다.^^]오후 11:04
[아 그러고보니까 아직까지 나 그쪽 이름 몰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너무 홀렸었나 봐. 내 이름은 최준입니다. 숙녀분 이름은 어떻게 되시죠?]오후 11:05
오후 11:05 [김연유입니다.]
[어, 예쁘다. 왠지 잘 어울려요. 찹쌀떡같이 생겨서는 이름도 달콤하네. 그렇다고 너무 그 sweet함에 취하게 하지는 마요. 손님들도 나도.^^] 오후 11:06
오후 11:06 [당황하는 이모티콘]
[당황했어요? 내가 초면에 너무... 공격적이었죠. 미안해요. 나 숨기는 거 잘 못 해요. 그런 거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나. 그냥 예쁘면 예쁘다고.. 좋으면 좋다고.. 내 마음대로 표현할래요, 나.] 오후 11:08
오후 11:09[아니에요.. 솔직한 사람 보면 부러워요.]
[솔직. 그거 어려운 거 아니야. 그냥 마음만 담으면 돼요. 우리 꼬마아가씨, 내가 가르쳐줘야 할 게 하나 더 늘었네?^^] 오후 11:09
[아 그건 그렇고. 연유씨는 왜 프로필 사진 설정 안 해 놔요?] 오후 11:11
오후 11:11[아.. 딱히.. 별 생각이 없었어요.]
[어? 11:11이다. 누가 내 생각하고 있나 봐요. 연유씨인가?ㅎㅎ] 오후 11:12
[왜요. 연유씨 얼굴로 프사 해놓으면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질 거 같은데.ㅎㅎ 내가 언제 사진 예쁘게 찍어줄게요.] 오후 11:13
오후 11:13 [아..감사합니다.. 근데 그럼 출근은 언제부터 할까요?]
[벌써부터 같이 일하고 싶은 거구나.ㅎㅎ 모레 아침 9시. 괜찮아요?] 오후 11:14
오후 11:14[일정 없어서 괜찮습니다.]
[오케이. 그럼 내일 하루 푹 쉬고, 모레 봐요. 연유씨가 모레 오전 9시에 온다면.. 나는 7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예요. 아니, 사실 지금부터 행복해요. 당장 내일 오라고 하고 싶은데.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연유씨도 피곤할 거니까. 내가 양보할게요. 그때까지 행복하기, 약속.] 오후 11:16
오후 11:16[네. 쉬세요, 사장님.]
[굿나잇. 잘자요. 꿈에서 나 만나거든 도망치지 마요. 나 외로운 사람이니까.. 봐줘요.]오후 11:17
[답장은 내가 냠냠할게. 진짜로 굿나잇.^^] 오후 11:17
1화 에필로그: 그의 목소리
그가 쓴 문자들을 읽다 보니 낮에 들었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귀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를 비유하자면, 마치 카푸치노와 같았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약간은 씁쓸한. 적당히 섞인 비음은 우유거품처럼..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웠다.
2화까지 나오게 된 건.. 다미들의 관심과, 연이와 유의 애정 덕분이에요. 모두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_김
여러분이 날 또 생각해주면 3화도 들고 올게요. 그때까지 무조건 행복하기. 약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