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페친의 대선 단상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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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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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11:27
2022/03/13 11:27
<<몇 가지 단상>>

1)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보수는 2030 영토 확장에 성공했다.

박가분 씨가 10년 전 박근혜 대비 윤석열의 2030 득표율을 분석했길래 차용하겠다.

2030 남성에서는 약 20% 정도, 이대녀는 3.2%, 30대 여성은 9.1% 정도 국힘 후보가 표를 더 받았다.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었던 박근혜에 비해 누가 봐도 마초 이미지 강한 윤석열이 표를 더 얻었다.

그리고 대선 데이터는 대선끼리 비교하는 게 정직하다. 5년 전 홍준표때 쪼그라들었던 것까지 치면 결과적으로 "국힘이 2030 공략에 성공해서 0.7% 신승했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작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워낙 처발리다보니 이번에는 "이대녀 마음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식의 분석들이 횡행하는데 착시다. 막판 낟알줍기 수확(?)에 흥분들 하는데 5년 전, 10년 전 갖고있던 땅 문서 날린 건 왜 생각 못하는가? 

2) 나는 이번 대선의 중요한 축이 이준석과 민주당 86의 대결이었다고 본다.

이준석은 황교안으로 대표되는 고루한 국힘 지도부와는 다른 유형의 정치인이다. 이준석은 상대 흠집거리에 혈안이 돼서 문재인-이재명을 건건이 물어뜯진 않았다. 황교안이라면 대장동 터졌다고 바로 광장으로 달려갔겠지. 이준석은 대장동 이슈를 '얄밉게' 이용했다. 물리적으로 광장을 점령하는 것보다 소셜미디어 한 줄이 비용 대비 효과는 비등비등하다는 것을 간파한 정치인이다.

이준석이 흑산도 방문 등 호남에 공 들이는 것도 높이 평가한다. 기대만큼 큰 전적을 올리지 않았지만 선거 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기에 호남에서 1~2%라도 미동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전국 0.7% 신승도 있었던 거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윤석열만큼 이준석을 비토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나는 지지층이 국힘의 진짜 브레인은 윤이 아니라 이라는 것을 직감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지금 충분히 밟아놓지 않으면, 윤석열을 보내면서 대표직에서 날리지 않으면 5년 후에는 어느 정도 사이즈로 바뀔 지 모를 이준석을 상대해야 하니까. 5년 후의 이는 윤만큼 약점 많은 후보가 아닐 테니까.

"이준석은 여기까지"라는 멸시와 조롱, 바램이 뒤섞인 분석에 나의 회색 뇌세포가 '예스' 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 면에서 이준석도 페미 외에 좀 더 다양한 이슈를 챙기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이준석 키즈'로 불리는 국힘 대변인 3인방(양준우 신인규 임승호)을 눈여겨 봤다. 나는 이런 분들이 N번방 활동가 박지현이든 정의당 류강장과 공개 토론을 자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

요 몇 개월 느낀 건데 토론 피하는 사람이 범인이다^^

3) 막판에 문통까지 거들었지만 여성가족부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는 명징하게 떠올리면서도 이재명이 '여가부 명칭과 기능 조정'을 공약했다는 사실은 잊곤 한다.

여가부 폐지한다고 해서 구 보건복지부에서 하던 여러가지 사업들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 윤석열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 존폐 문제에서 이재명과 윤석열은 '깻잎 한 장 차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여가부 명칭과 기능을 조정한다는 이재명 공약이 '여성가족부'를 '가족여성부'로 바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5년 후를 내다보는 분이 이번에 안 됐다고 말 뒤집는 협량함을 보이지는 않길 바란다.

나는 이재명이 지선 후 민주당 당권에 도전하고 어쩌면 쉽게 접수할 것으로 확신한다. 훨씬 큰 차이로 졌던 홍준표 안철수가 이미 밟았던 트랙이다.

그러기 전에 유동규 김만배 등의 '입장 정리'가 선행되어야하겠지만 말이다.

덧) 민주당은 이재명의 청와대 입성과 상관 없이 '동일지역구 3선 금지' 개혁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기 바란다. 아는 의원들 선거기간 동안 '수고하셨다'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아직 셈을 다 못 치른 느낌이라...


예전부터 페미 후두려까던 사람임
비극의 탄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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