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제에 대한 내 생각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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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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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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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2 00:39
2022/03/22 00:39

여성 징병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을 보고 답글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새로 글을 적는다.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 군 장병의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널리 알려진 것이므로 굳이 논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앞으로 국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숫자는 중요한 문제이다. 장병의 숫자는 여성 징병제뿐만 아니라 징병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징병제 떡밥은 항상 군 규모의 논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이 문제가 언급되면 현대전에서 군사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을 펴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편 사람들은, 적어도 내가 봐온 사람들 중에서는 주로 현대 무기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장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고, 군대는 어택땅을 찍는다고 그 곳에 가서 전투를 벌이는 존재가 아니다.


현대전에 대한 오해

현대전에 대한 오해를 만든 가장 대표적인 전쟁으로 걸프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전쟁이 카메라로 조준하고 버튼을 눌러서 사람을 죽였다는 식으로 알려지다 보니, 실제 전투가 모니터 너머에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목적군은 철저하게 군사력의 규모로 이라크군을 찍어 누른 것일 뿐이다. 다만 병사와 병사가 서로 라인배틀을 벌이는 전형적인 전투에서 벗어나 항공전역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이 부각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다. 미군은 전쟁이 시작하기 전 통신망을 설치하고 비행장을 확보하는 등 군사적 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자하였으며 항공 전역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그러한 사전 작업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목적군의 항공전력 우세는 단 몇 명의 전투기 파일럿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그러한 우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직간접적 군수지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투기의 정비와 수리, 공항의 구축과 유지 및 관리, 무기와 유류, 식료품의 조달, 항공전력이 효과적으로 투사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자산의 확보와 유지, 혼란스러운 정보를 통제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참모 체계 등 수많은 지원이 뒷바침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https://ko.m.wikipedia.org/wiki/%EA%B1%B8%ED%94%84_%EC%A0%84%EC%9F%81


항공 전력에 대한 오해

무엇보다 걸프전은 항공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전장임과 동시에 항공 전력이 가진 한계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전장이기도 하다. 전투가 지속되는 내내 항공기는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위장에 취약했고, 폭탄의 정확성은 기대 이하였던데다가, 폭탄이 목표를 정확하게 파괴했는지 혹은 근처에 떨어져서 먼지구름만 만든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특히 날씨는 항공 작전에 심각한 걸림돌이었다. "걸프전 항공전역 분석"이라는 책에서는 날씨의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개전 3일째로부터의 악기상은 많은 출격횟수의 취소를 야기했으며, (중략) 43일간의 전쟁기간 동안 구름상태는 운량이 25%인 기간이 전 기간 중 3/4이었으며 운량이 50%인 기간은 기간 중 1/2이었으며 9일 동안은 75%에 가까웠다.]

[F-117(스텔스 폭격기)의 명중률은 평균 75%였으나 기상 호전 후에는 86%로 향상되었다. 레이저조준경은 우천시나 안개뿐만 아니라 구름이 낮게 깔린 때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전체적으로 기 계획된 비행임무 중 절반 가량이 악기상 때문에 다른 임무로 전환되거나 취소되었다.]

걸프전 전역은 대부분이 평지였으며 해당 지역은 한국에 비해 날씨가 평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서의 항공 작전이 기상에 의해 어떠한 어려움을 겪을 것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라크군은 중앙에서 통제되며 콘크리트 기지로 보호되거나 잘 위장된 대공 미사일과 대공포 세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소련제 전투기로 구성된 요격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다목적군은 이라크군이 언제 대공전투 의지가 꺾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들이 실질적인 작전수행능력을 상실한 뒤로 한참이나 폭격을 퍼붓고 나서야 지상군 투입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훈은 한국의 항공세력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위성이나 정찰기 등의 감시장비가 효율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전역에서의 판단이 저러하였는데, 과연 숲과 산으로 이루어진 한반도 전역에서는 그러한 판단이 얼마나 더 어려울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나 한국군은 자체적인 정찰 및 감시 전력이 부족하고 위성과 고고도 정찰기 등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항공 전력의 투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상군의 역할

625 전쟁의 흐름에 관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이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전쟁이다. 당시 미군은 기존의 유럽식 전략 수립이 한반도 전역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배워야 했다. 중공군의 보급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공세선과 보급선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게를 지고 산을 타는 비선형적 보급 수행 능력에 의해 미군은 포위-섬멸이라는 대가를 치루었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할 정도로 평야가 드물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장은 산이었으며, 숲과 산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대부분 지상군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는 현대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효과적인 항공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공정통제사라는 특전부대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공군의 지원을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꽂아넣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즉, 지상군이 깃발을 꽂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라는 점은 현대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한반도 지형에서는 특히나 그러하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종심을 가지고 있다. 폭이 좁고 종심이 깊은 전역 특성상 육군의 우회기동은 수행되기 어렵다. 적의 후방을 직접 타격하기 위해서는 해군과 해병대에 의한 상륙작전이 필요하지만 상륙작전은 잘 준비된 상황에서도 공세 측에게 수많은 피해를 강요하는 불리한 전투라는 점에서 수행되기 어렵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지상군이 전선을 얼마나 밀어낼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군의 전통적인 대전략은 종심방어이며, 지연전을 통해 적의 공세를 꺾는 탄성방어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미리 준비한 함정으로 적을 끌어들여 선봉을 소멸시키는 것이 대전략의 첫 번째 단계이다. 적의 선봉을 소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면 이후에는 후방에 대기하고 있는 기갑부대가 북진하여 적에게 역습을 가한다.
이러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만의 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50만의 대부분은 전쟁 초기 북한군의 선봉을 꺾으며 소멸될 것이다. (지금도 전방에서 근무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군은 625 때처럼 어이없이 밀리지 않기 위해 정말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

70-80년대를 거치며 한국은 북한의 경제를 추월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대칭전력의 우세를 확보하였다. 더이상 대칭전력으로 승리를 확신할 수 없게 된 북한은 핵폭탄이라는 비대칭전력을 확보하였다. 핵은 한국군의 대전략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무기체계이다. 따라서 한국군에게는 이에 대한 대응이 강제된다. 

00년대 전에는 미국의 핵폭탄과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전략핵은 철수하고 말았다. (논의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생략) 따라서 한국군에게 남은 선택지는 1) 자체적 핵개발, 2)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1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한국군은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의 핵공격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려 하고 있으며, 참수작전을 통해 북 수뇌부의 핵 사용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한국군이 핵 위협에 맞서 핵을 보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군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핵폭탄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북한군이 전쟁 수행 의지를 가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달성되어야 한다. 국군 장병 50만은 그를 위한 최소한의 숫자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의견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여성 징병을 논한다. 몇몇 사람들은 여성 징병이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다양한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이 처한 군사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성의 신체적 능력치나 여성의 인권, 정책 인기도와 같은 문제는 여성 징병에 있어서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여성 징병에 대한 내 생각이다.


마치며 

오늘도 네 시간밖에 못 잤는데 이런 똥글 쓴다고 또 시간을 날리고 있다. 더이상 수면시간을 할애해서 글을 수정할 여력이 없다. 이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여기까지 읽어준 정붕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총총.

https://youtu.be/g-iEzSonvWk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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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7

익명1
2022/03/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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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2022/03/2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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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글쓴이
2022/03/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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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국방정책의 방향은 대통령이 정하고, 대통령은 민의를 대변함. 그리고 윤이 당선된 것을 통해 말할 수 있는건, 작금의 흐름은 남성만이 의무를 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임. 민주당은 그 페미 못 잃다가 진거고.

익명3
2022/03/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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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게에 이런 정성글을 잘 읽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