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홍범도 흉상 논란은 전선을 잘못 편 것 같은데...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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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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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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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7:27
2023/08/29 17:27
내가 생각할 때,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권 지도부가 추구하는 제1의 목표는 '2024년 총선 승리'임. 여기서 '총선 승리'의 기준은 국민의힘 최소 151석 이상 확보하는 것이고 170석 정도가 최상의 결과. 낮게는 160석 안팎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음.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라든가 외교안보적으로 여러 구상과 목표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내년 총선 승리 후 입법권을 장악한 뒤 추진하겠다는 것처럼 보임. 당장 어제 국민의힘 만찬회에서도 총선 승리하자고 외침. 예전 같으면 대통령이 중립 안 지킨다고 한소리 나왔을 것 같기도 한데, 요즘은 이정도는 괜찮은가벼?

어쨌든 현재까지 보여지고 있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위한 주된 전략은 네거티브 전략임. "우리가 잘하고 있어요"가 아니라 "쟤네가 나쁜 놈이에요" 하는 거지.

계속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및 대변인에게서 반복해서 나오는 워딩 "민주당의 선전·선동", "반국가세력" 등 반대세력(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을 악의 세력으로 몰고 있는 것이지. 전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권을 깎아내리는 것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윤 대통령 취임 후부터 발생했던 각종 논란이나 사건사고들을 보면 항상 대응이 "반대파들이 악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임. 낸시 팰로시 패싱, 바이든/날리면 사태, 김건희 여사 호객 당한 것,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채상병 사망 사건, 일본 오염수 방류, 그리고 이번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까지.

윤 대통령이나 국방부에서 정말 "홍범도는 공산주의자이고 논란이 있으니 흉상을 이전해야겠다"라는 의도를 가지고 옮기려고 하는지, 아니면 "자유주의 vs 공산주의 편 갈라서 낙인 찍기 좋은 소재다"라는 의도로 발생시켰는지는 모르겠음. 전자면 그럴 수 있다고 봄. 인물의 행보를 해석하는 것은 자유이고, 본인의 판단과 신념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후자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음.

정치공학적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면 아주 명확하게 전선이 갈리고 편이 갈라지는 것을 잡아야 우리 편이 확 응집이 되서 공격하기 쉬워지는데, 이번 것은 그렇지 못한 것 같음.

원래 의도는 이거였을 것 같음. 홍범도 - 공산주의 - 종북 - 반국가세력 - 민주당 이런 식으로 연상하게 만들려고 했고, 정율성 공원 논란과 함께 '민주당 = 종북반국가세력' 이란 프레임을 확 씌우려고 했던 것 같음.

그래서 '자유주의(또는 자본주의) vs 공산주의'로 나누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문제는 홍범도가 공산주의자라고 규정짓기에는 근거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거지. 애초에 광복 2년 전에 돌아가셨고, 공산주의라는 이름 하에 민간인을 탄압하거나 정치 공작을 벌였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보수 vs 진보' 로 나뉘느냐? 진보 정부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역대 보수 정부에서도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가입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고 독립영웅으로 인정했으니 이것도 쉽지 않음. 더군다나 흉상이 같이 옮겨질 처지인 다른 인물들(이회영, 김좌진 등)의 후손들이 대부분 보수쪽 성향이라(이종찬, 김을동 등) 이것도 명확하게 전선이 딱 떨어지지 않음.

결국 전선이 '극우 vs 나머지'로 갈리고 있는 것 같아 윤 대통령에게 썩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음. 아직까지는 강행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강행한다고 했을 때

- 홍범도 흉상 이전이 TV생중계 됨 -> 흉상이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보도되는 그 이미지가 좀 큰 충격을 줄 것임. 역풍 불 수 있음.
- 오밤중에 카메라 없을 때 기습 이전 -> 몰래 이전했다고 더 욕 먹음.

이럴 것 같음.

그렇다면 출구 전략은 뭐가 있을까.

- 강행돌파 후 다른 이슈로 덮기 : 칼을 뽑았으니 일단 원안대로 다 옮기고 다른 이슈 터져서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 백지화 후 국방부장관 경질 : "논란이 크니 없던 일로 하겠다" 한 뒤 국방부장관 경질하고, 미안하니까 내년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 주면 될 듯.
- 홍범도 흉상만 이전 : 논란을 축소시키고 전선을 새로 펴는 것임. 5명 모두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홍범도만 이전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 굳이 전선을 김좌진, 이회영 등까지 펼치지 말고 딱 하나만 남겨두는, 조금 양보하는 셈이지. 홍범도만 아예 정권 차원에서 재평가를 해서 훈장도 취소하고 '홍범도함'도 개칭하는 작업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정도 이려나.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댓글 2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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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9

익명1
2023/08/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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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글쓴이
2023/08/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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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가 사고친 것이면 그 뉴라이트가 어디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가 중요할듯. 국정을 컨트롤하는 대통령실에 뉴라이트 성향의 책임자가 있어서 지시를 내렸는지, 국방부인지, 아니면 학계에서 건의를 올린건지... 현재 대통령실에서 딱히 국방부에 대한 태클을 안 하고 있는 것 보면 대통령실에서 나온 결정 같기도 함.

익명3
2023/08/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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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람들 뉴라이트 출신 많은데 그 사람들 그대로 갖다 쓰잖아. 그게 원인이지 뭐. 대통령 개인의 역사관도 한몫 하는 것 같고

익명2
2023/08/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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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정게에서 읽을 만한 글

글쓴이
2023/08/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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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정치판에 대한 건설적이고 흥미로운 대화가 많아지면 좋겠어!

익명3
2023/08/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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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통령 말 들으면 우리나라 공산혁명 직전 같음ㅋㅋㅋ
일반 국민과 괴리 되는 말로 이번 총선은 국힘이 질 것 같음. 윤카는 극우 유튜브랑 태극기 출신 사람들 주변에 그만 둬야 함

글쓴이
2023/08/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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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금 전략이 진지하게 총선에 유리하다고 믿는 것 같음. 어차피 민주당도 지금 이재명 대표 리스크 있으니 이미지 나쁘게 만들면 되겠거니 싶은가본데...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나도 이대로 가면 국힘이 질 것 같음.

익명3
2023/08/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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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동의 그렇다고 민주당이 많이 먹지는 또 않을 것 같고 진보당이 비례로 약진한다 봄. 정의당은 현재 유지하고

익명4
2023/08/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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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딱 반반 먹을듯
근데 이제 둘다 똥볼을 너무 많이 차서 반반 나오는 그림 ㅋㅋㅌㅌㅋ

글쓴이
2023/08/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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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항상 그래왔지만 누가 덜 실수하냐 싸움일듯해 ㅋㅋ

익명5
2023/08/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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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에 설치해 있다는게 부적절하다는 게 핵심아님?

글쓴이
2023/08/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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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이라기보다는 여러 논리 중 하나인듯. 국방부 대변인이 '홍범도함도 이름도 필요하다면 교체 검토'라고 하기도 했고 '공산주의 경력이 육사에'에서 육사 보다는 공산주의에 방점을 찍고 주장하는 느낌이 강한것 같음. 육사가 핵심이라면 '홍범도의 업적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고 위대한 독립영웅이다'라고 방어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홍범도 재평가하려는 것 같아.

익명6
2023/08/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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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논란 자체도 영 애매하던데.. 똥볼차는듯

글쓴이
2023/08/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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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함. 하지만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 상 결정을 되돌리기 보다는 밀고 나가거나 논란을 흐지부지 시킬 것 같음. 이것이 내년 총선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음.

익명6
2023/08/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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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의사결정도 대부분 그래왔던것같음. 훌륭한 선동가가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내겠지만 하는짓보면 그것도 아닌것같고..

글쓴이
2023/08/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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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국힘(당시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대통령 보고 보여주기식 쇼한다고 그렇게 뭐라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한 쇼를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임. 대선후보일 때는 '석열이형', 대통령일 때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정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별로 효과적이지 않음. 글에 쓰려다가 말았는데 참모들 좀 교체해야할 것 같아. 이슈 관리나 이미지 관리하는 측면에서 별로 유능하지 않은 것 같음.

익명6
2023/08/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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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야기겠지만 사실상 참모가 본체가 아닌지..

글쓴이
2023/08/3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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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본체? 윽... 선배님에 대한 기억이...

익명7
2023/08/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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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여태 해온 짓거리들 보면 공산주의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면서 홍범도 흉상 철거 강행하고 함명도 이상한걸로 뚝딱 바꿔버릴듯..

글쓴이
2023/08/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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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잘못했다라는 것을 죽어도 인정하기 싫어해서 이번에도 밀어붙일 것 같아. 예비역 장성들이 흉상 이전 지지 성명도 내서 "이런 목소리도 있다" 하면서 강행할 것으로 예상됨.

익명8
2023/08/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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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메카시즘

글쓴이
2023/08/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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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현재 공산주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거면 겁이 많은 거고, 반공 소재로 정치적인 이익을 얻고 싶은 거면 별로 큰 효과는 못 거두고 있는 것 같아.

익명9
2023/08/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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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도 적당히 해야지 네거티브가 주가 되면 맛탱이가 간다는걸 조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건가 싶음 이번 사건은 "내편결집" 반복하다 내편의 범위가 너어무 좁아져서 터졌다고 봄 반문 영끌해서 이긴 사람의 "내편"이 점점 좁아지고 있음

글쓴이
2023/08/3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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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기 되면 적절히 노선과 전략을 바꿔서 "일 좀 열심히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든가 "그동안 우리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같이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하거나 반성과 읍소 전략으로 바꾼다면 또 먹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지금 대통령실에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그리고 윤 대통령이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음. 코어 지지층만 잡으려다가 망한 사례는 16총선, 18지선, 20총선 등 쎄고 쎘음. 과연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봐야겠지.

익명10
2023/08/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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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어쩜 이렇게 관대하냐

글쓴이
2023/09/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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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함에 대해서도 참 관대한 것 같아 ㄹㅇ 윤 대통령 말대로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

익명11
2023/09/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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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추측이지만 천공…

글쓴이
2023/09/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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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그정도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