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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Andrew Newell Wyeth, 1993
패널에 템페라
61 x 61 cm
개인 소장
한 노부부가 있어. 잠들어 있는 부부는 각자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당겨 덮고 있지. 창문이 활짝 열려 있거나 덜컹거리면서, 방 안으로 을씨년스러운 찬 바람이 불어닥치는 것 같아. 무표정한 부부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이 그림을 보는 다미들 대다수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걸 알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해 질문을 해 보자. 우리 인생에서 결혼의 의의는 무엇일까? 이 그림 속 나이든 부부처럼, 결혼은 서로에 대한 열정이 다 식었지만 찬 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한 이불 덮고 자는 배우자에 대한 측은지심일까? 한 평생을 같이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걷잡을 수 없는 상실감에 한 날 한 시에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것일까? 나아가, 이 사람들은 살아있긴 한 걸까? 너무 반듯하게 정돈된 이불이, 무미건조한 결혼의 실체를 고요하게 까발리는 듯 보여. 결혼은 사실 별 거 아니라고 주장하듯.
사실 이 작품 속 모델은 살아있는 사람들이야. 20세기 현실주의 화가인 Andrew Wyeth는 이웃 집 노부부의 집에 들렀다가 부부가 잠든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고 그렸다고 해. 비록 핏기없는 표정과 새벽의 황량한 풍경이 작품의 제목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분명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불의 붉은 색과 이 부부가 한 이불 아래서 같이 잠든다는 것에서 한 평생을 짝으로 살아온 사람들만의 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다미들은 어떻니?
댓글 6개
조회 375
익명1
2019/11/19 19:31
냉동
??? : 아니 이불좀 잡아 당기지마
글쓴이
2019/11/19 19:32
냉동
오 내 감성 where?
익명2
2019/11/19 20:02
냉동
오 재밌다
익명3
2019/11/19 22:28
냉동
바람이 추울 텐데 따뜻한 이불 아래 같이 있으니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이불 색도 그림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생기가 있는 색깔이고! 비유하자면 결혼은 불타오르는 횃불은 아니더라도 오래 태워서 불빛이 좀 잔잔해진 촛불이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는 비혼주의자 껄껄껄....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는 비혼주의자 껄껄껄....
글쓴이
2019/11/19 22:37
냉동
응 좋은 감상이었어!! 따뜻한 이불 아래 같이 있으면서 오래 태워서 잔잔해진 촛불같은 결혼~ 나 역시 결혼에 뜻이 없지만 오랜 결혼 생활로 서로를 의지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존경은 하고 있거든. 가령 우리 부모님? ㅋㅋㅋ 그런 분들을 보면 결혼은 그런 거 같아. 남들보다 가깝지만 그 안에서 각자에게 맞는 거리를 지키며 계속 곁에 있는 거. 노부부의 수척한 모습에서 결혼의 비관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사실 많긴 많은데, 나는 이 작품이 아마 완숙한 결혼 생활의 상징을 노부부의 모습으로 표현한 거라고 보고 싶어.
익명3
2019/11/20 00:29
냉동
오웅 나는 다미가 조금 비관주의 해석을 선호할까봐 은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우리 둘다 결혼에 뜻은 없을지언정 결혼생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구나..!! 남들보다 가깝지만 그 안에서 각자에게 맞는 거리를 지키며 계속 곁에 있는거라... 생각보다 꽤나 어려운 일인걸!! 역시 대게의 부모님들처럼 그렇게 평생 결혼생활 유지하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인 것 같아!! ㅎㅎ 덕분에 거의 인생 처음으로? 그림 해석해봤는데 재미있었어 ^^ 고마워 다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