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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of Hearts(Lili)

Gerda Wegener, 1928
캔버스에 유채
100 x 81 cm
Courtesy Arken Museum of Modern Art
Lili Elbe는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야.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이 되기 전에는 아이나르 베게너라는 이름의 남성이었어. 남성이었을 때만 해도 풍경화 전문 화가였었고 말이야. 당시 유럽에서도, 남과 다른 삶을 살았다 보니 베게너의 아내인 Gerda Wegener가 가려지는 면이 있는데 나는 그 점이 항상 아쉬웠어. 주로 남자들로 구성된 20세기 초 유럽 미술계에서 살아 남아 꽤나 당돌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시대를 앞서 간 성 가치관을 지닌 전업 화가였거든.
Gerda Wegener는 모국인 덴마크에서는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어. 파리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풍요와 평화가 넘치는 벨 에포크 시대였고 패션의 도시였기 때문에, Gerda의 작품을 보면 당시 파리 여성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찾아 볼 수 있어. 여성들의 패션과 포즈를 감각있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어 지금 일러스트 작품으로 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 그리고 인간의 성적 욕망을 가감없이 표출해 낸 작품들에서 그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나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Gerda의 작품을 보면 볼수록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다고 보기도 해...
그녀의 작품 중에서 Lili를 빼 놓기는 어려워. 욕망, 특히 성적인 욕망을 솔직히 그려 내는 에로티카 양식의 작품을 만들어 내었던 Gerda의 화풍을 반영하면서도 그녀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Lili의 존재를 진정으로 그녀의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생각해. 이전까지의 Lili는 상체만 나와 있거나 누군가의 대타 혹은 뒤에 서 있었지만, 이 작품의 Lili는 전신을 드러내고 있어. 당시의 여성의 복색은 종아리를 덮는 긴 치마였지만 작품 속 Lili는 겨우 허벅지를 덮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어. 이 옷은 어쩌면 여성용 가운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유롭게 다리 선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어. 그녀의 포즈가, 작품을 보는 우리에게는 꽤 야릇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만들어. 무엇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Lili는 느긋한 눈빛만으로 관객을 압도할 정도로 상당히 자신감 넘쳐 보여.
Lili는 앞에 술병을 둔 채 담배를 물고, 트럼프를 하던 중에 퀸 하트를 들어 보이고 있어. 이 퀸 하트의 의미는 고대 그리스 신화로 올라가야 해. 제우스와 레다의 딸 헬레네는 절세미모로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불씨가 되기까지 했다지? Lili는 바로 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어. Gerda는 이 카드로 Lili를 인정할 뿐 아니라 나아가 그녀의 여성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어. 이제 이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하니, 이제 Lili는 매끄러운 얼굴선과 발그레한 장밋빛 뺨까지 완벽하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다가 와. 욕망에 충실한 Lili는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또 아름답지!
P.S. Lili 앞에 놓인 술병 표지 아는 다미 구합니다....
P.S. 영화 `대니쉬걸`은 아이나르 베게너의 일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같았어. 그래도 나는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영화였어. bgm도 영상미도 좋은 영화여서 추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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