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담미술관] Unadulterated Love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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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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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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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6 21:29
2019/11/26 21:29
 
Unadulterated Love


Damien Steven Hirst, 2007
캔버스에 나비, 하우스홀드 글로스, 61 x 45.7 cm
개인 소장 (2019.7.17 한화 100,000,000원 낙찰)

 현대 미술계를 뒤흔든 악동 데미안 허스트는 보편적인 사고를 하는 일반인이 보기에 기괴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해. 그가 소재로 다루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죽음의 존재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해. 포름알데히드에 푹 적셔진 뱀상어 등의 생물이라든가,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혀 살아있는 사람보다 빛나지만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해골이라든가... 죽음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영속성과 인간이 귀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분리할 수 없게 부여함으로써, 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죽음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있어. 그의 작품은 때로 생물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생물은 시간이 갈수록 형체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동물 학대와 작품 가치 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는 이 논란을 자신의 작품 가치를 높이는 데에 이용하고 있어. 그래서 일각에서는 예술가가 아닌 마케터라고 칭하기도 해. 비록 비꼬는 면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을 한 번 볼까? 1991년 Damien Hirst의 개인전 `In and Out of Love`에서 최초로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 작품이야. Damien Hirst의 작품 중에서는 나비 회화 작품 풀이 있거든. 그런데 여기서 또 논란이 있었어. 이 나비 시리즈들이 다 실제 나비를 잡아서 만들었다는 거야. 그가 작품을 만드는 데 약 9000여 마리의 나비들이 희생되거나 박제된 셈이야.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나온 색색깔의 12마리의 나비들은 다 살아있던 나비들이었어.

 이 작품의 배경은 깨끗한 하우스홀드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나비들은, 본래의 날개 일부가 페인트에 칠해져서 마치 티 없이 깨끗한 화면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같아. 언젠가, 나비들의 화려한 날개 색은 어느 순간 없어지고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희고 화사한 화면만 남게 되겠지. 그 찰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날고 있는 나비들을 표현해 내었어. 우리는 생기있고 화려한 나비들이 사라지기 직전, 아쉬움을 느끼겠지. 이 아쉬움이 어쩌면 생명과 뒤이어 오는 필연적인 소멸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아주 작게나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이 작품에서 그가 말하는 Love가 뭘까? 다른 작품에서는 Love를 나비로 지칭하는 것 같은데, 이 작품에서 Love를 나비로 본다면, 그의 Unadulterated Love는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나비들이 도달하게 될 희고 깨끗한 죽음인 걸까? Damien Hirst의 작품 제목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게 드물기 때문에, 나는 돌려돌려 이렇게 해석하고 있어.

 이와 정말 유사한 작품으로 My Love is Pure 라는 10마리의 나비를 갖다 붙여 놓은 작품이 있어. 살아있는 생물을 소재로 쓰는 혐오스러운 행태에 비해 반전이 끝내주는 작품의 제목이지? 그의 작품은 다들 제목이 기가 막힌데다가 그렇게 제목을 붙인 데에도 Damien Hirst 나름의 예술관이 반영되어 있어서 더욱 관심을 끌게 돼. Damien Hirst의 작품은 자본주의 시장의 입맛에 더욱 맞았기 때문에, 그 자극적인 성질이 광고계와 결탁하면서 목표로 하던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돼. `논란`을 일으킨 거지. 동시에 Damien Hirst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게 돼. 그런 점에서, Damien Hirst는 예술성이 뛰어난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천재적인 예술마케터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야. 

 예전에, 박제 작품을 올렸다가 혐오감을 느낀다고 평가를 한 다미들이 있었어. 그래서 조금 고민을 했는데 현대 미술에 큰 축인데 Damien Hirst의 작품을 빼 놓을 수는 없겠더라고. 멀리서 보면 예쁘고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Unadulterated Love, 다미들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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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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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26

익명1
2019/11/26 21:3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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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시도인것 같기는 해

글쓴이
2019/11/26 21:50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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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충격적이기도 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중에서 너무 혐오스러워서 차마 올리기 그런 것도 있었어. 뭐 저런 걸 작품이라 하나 싶었거든. 근데 미술계가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시도가 빵 뜨면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곳이듯 데미안 허스트의 유별난 시도가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은 들었어.

익명2
2019/11/26 21:48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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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글쓴이
2019/11/26 21:51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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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ㅋㅋㅋㅋㅋㅋㅋO///O

익명3
2019/11/26 22:16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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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상어 박제한거 수족관인가에 넣고서 부패될 때마다 상어 갈아줬나 했던 얘기 생각남

글쓴이
2019/11/26 23:05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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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ㄲㅋㄲ안타깝게도...상어는 썩어가는 중...;

익명4
2019/11/26 23:25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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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덴마크 아르켄 현대미술관이랑 노르웨이 아스트럽 미술관에서 작품 몇개를 볼 수 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
개인적으로 아르트럽에 있던 God alone knows(작품 이름은 지금에야 찾아보네)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
포르말린에 담긴 양 사체가 세 구 있는데 구도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묘사한거더라고. 가운데의 예수와 양 옆의 강도 이렇게. 그 밑에 써져있던 글귀를 보고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어
Here is the night. It is a reflection of the hopeful terror of the day. Be not afraid.
허스트의 다른 작품도 더 보고싶다

글쓴이
2019/11/26 23:35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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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 찾아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작품이랑 글귀에서 머리 한 대 맞은 거 같았어. a reflection of the hopeful terror of the day라...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뭔가 그로스테크한 걸 넘어서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the hopeful terror of the day 라니...실제로 보면 더 충격받을 작품이었어. 좋은 작품 알려줘서 너무 고마워 다미야!!

익명4
2019/11/26 23:4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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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아니야 다미야말로 항상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