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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Beautiful Tree in Vienna
Rudolf von Alt, 1895종이에 수채, Academy of Fine Arts, Vienna
미술평론가 이주헌 선생님 말씀에 따르자면, 서양화의 특징은 동양화와 달리 자연을 지배하는 사상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해. 서양화에 유화가 유독 많은 것 역시, 언제든지 물감으로 덧입혀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작품을 만드는 인간을 지배적인 위치에 있도록 한다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많은 유화 작품 중에서도 분명 뛰어난 수채화 작품은 있고, 다미들이 예상했듯이 이 작품은 서양의 수채화 작품이야. 이 작품을 보고 감탄할 수 밖에 없던 것은, 어떻게 수채화가 이렇게 세밀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어. 우리 다 학교에서 수채화를 그리는 것을 배운 적 있지만 실제로 그려 보는 수채화는 정말 어렵고, 물 조절 잘못하면 끝장이잖아…이 작품에서는 무성한 나뭇잎들의 거친 표현과 파릇파릇한 풀밭 위에 우거진 녹음의 모습, 물에서 놀고 있는 사람의 형체와 물에 비친 그림자, 바람에 이는 물결의 작고 잔잔한 흐름조차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어.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Rudolf von Alt의 뛰어난 수채 능력을 찾아 볼 수 있어.
Rudolf von Alt는 아버지 야콥 알트도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예술가(동판 화가)였고, 그의 남자 형제 프란츠 알트 역시 화가가 되었고 본인 역시 빈 국립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어. 예술가 집안인 셈이지. 그의 아버지나 남동생은 유화 작품을 주로 그렸던 것에 반해, 그의 전체 작품* 중에서는 유화 작품보다는 수채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는 오스트리아의 자연 풍경과 건축물의 모습을 서정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했어.
*어떤 예술가의 일생동안 그린 작품 전체를 œuvre(프랑스어, `오브레`라고 부름) 이라고 많이 그러더라. 난 이 단어의 어감이 부드럽고 참 좋아ㅋㅋㅋ
1874년, 모네의 “Impression, sunrise”를 보고 비평가 루이 르로이가 벽의 벽지가 완성도가 더 높겠다며 잔뜩 비꼬면서,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비평글을 쓰게 돼. 바로 여기서 서양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사조 `인상주의`가 제 이름을 얻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왜 갑자기 오스트리아 화가 작품에 프랑스 인상주의의 시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이상하지 않니…? 이 작품은 미술사적으로 오스트리아 미술계에 프랑스 인상주의가 영향력을 찾아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야.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전까지의 귀족 체제가 붕괴되고 새롭게 등장한 신흥 부르주아 세력의 성장으로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일반인으로 확장되었어. 이전에는 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던 미술품은, 이제 돈만 있다면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는 기호 상품이 된 거지. 그러다 보니, 귀족들의 취향에 맞춰 주던 고전주의적인 미술 사조가 아닌 새로운 사조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때맞춰 등장한 인상주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일상(대표적으로 자연 풍경 등)에 초점을 맞춰 미술 작품을 그림으로써 신흥 부르주아의 입맛에 맞아서 인기를 끌게 된 거야. 그런데 프랑스의 이 사회적인 상황이 오스트리아도 비슷했어. 게다가 당시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비엔나 숲 등 자연을 옆에 끼고 도시가 위치하고 있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냥 간단한 미술 도구만 가지고 자연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전혀 부담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인상주의를 수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어.
다만 차이점은 프랑스 인상주의의 경우, 그 유명한 ‘빛`과 그에 따른 변화에서 받은 인상을 묘사하느라 형체가 흐릿한 것이 특징이라면, 오스트리아는 그냥 대상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리되, 그냥 사진 찍은 것과는 달리 분위기있게 묘사를 해.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필터`같은 거겠지? Rudolf von Alt는 대기에서조차 그 본연의 색감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의 작품들을 보면 각 작품마다 대기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 특정 화가의 오브레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공통되게 나타나는데, Rudolf von Alt는 대기의 색깔로 그의 작품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
이 작품을 계속 보니, 약간 흐린 여름 날 혼자서 계곡에 서서 커다란 나무를 올려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댓글 9개
조회 268
익명1
2020/03/15 21:32
냉동
밥아저씨같당
글쓴이
2020/03/15 21:34
냉동
나는 밥 아저씨의 폭탄 머리를 좋아해 지금도...☆
익명1
2020/03/15 21:35
냉동
난 밥아저씨 띵언좋아함
해피 액시던트..
해피 액시던트..
익명2
2020/03/15 21:34
냉동
나무위 원숭이 된줄. 너무 디테일해서 유환가 싶었는데 느낌이 수채화네 ㄷㄷ
글쓴이
2020/03/15 21:39
냉동
너무 대단하지 않아? 나 이거 보고 미대 안 가길 잘했다 싶어..;;
익명2
2020/03/15 21:47
냉동
미대 중노동이여
글쓴이
2020/03/15 21:49
냉동
아유 그래도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내 작품 누가 알아주면 세상 뿌듯하겠드만...하지만 나는 그런 근성은 부족허네;;ㅋㅋㅋ
익명3
2020/03/15 21:43
냉동
다미 오랜만이야 안뇽
글쓴이
2020/03/15 21:46
냉동
안녕!! 나 너무 가끔 찾아오지 ㅋㅋㅋ요새는 영화랑 연결지을 만한 작품 찾고 있는데 잘 안 찾아진다ㅠㅠ 그게 미술영화가 아니어서 그런가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