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담미술관] Le bouquet de feuilles

by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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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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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 03:07
2020/07/06 03:07

 

Le bouquet de feuilles

Séraphine Louis, 1929-1930, 캔버스에 유채

81 x 61 cm, Galerie Dina Vierny, Paris

(현재 전시 중 X)


 세라핀 루이라는 프랑스의 어느 부유한 가정의 하녀로 가난한 삶을 살던 여자였어. 가난했고 생계 유지에 급급한 형편에서 정식 미술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세라핀은 돈을 모으는 족족이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물품을 사고 부족한 물감은 자연에서 손수 만들어 쓰는 열정을 기울였어. 가난하고 괴팍하고 어두운 성격의 그녀는 누군가와 잘 지낼 수 있는 처지가 되지 않았기에 자연에 기댈 수 밖에 없었고, 그녀에게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것은 주로 봐 왔던 자연물 즉, 꽃과 과일, 나무이었어. 그렇게 그린 그녀의 작품들을 1912년 아트 딜러이자 수집가, 비평가였던 빌헬름 우데가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재능은 평생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할 뻔했지.


 빌헬름 우데는 그녀의 인생에서 최초로 다가 온 사람이었어. 게다가 그녀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까지 해 주었지. 신분 때문에 덩달아 천대받던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녀의 작품을 사 들여 그 대가를 세라핀에게 제공했어. 덕분에 세라핀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음껏 본인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었어. 그녀의 욕망은 그림을 그리고, 이전에는 해 보지 못한 허영을 부리는 것, 가령 영화 <세라핀>(2008)에서처럼 은촛대와 값비싼 옷을 사는 것이었어. 하지만 이런 세간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해. 세라핀 루이의 작품이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12년 이후부터였고, 곧 1914년 경부터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빌헬름 우데 역시 여기에 자유롭지 못하게 돼. 세라핀을 후원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했고, 그림에 미친 세라핀은 자신의 그림에 대한 냉대와 질시를 견디지 못한 채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며 숨을 거두게 된다.


 그녀의 작품은 깔끔하고 세련되지는 않고 그 자체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 세라핀이 본 대상의 날 것 그대로,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 위 작품 '잎사귀 다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금방이라도 수많은 잎사귀들은 관객이 눈길을 돌리는 순간 몰래 흔들리고 있을 것 같은 생기를 보이고 있어. 그리고 단일한 소재가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이 조화가 묘하게 어둡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이후 학자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그녀의 정신증에 기인한 요소들이 보인다고 보기도 해.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을 naïve art라고 한대. 빌헬름 우데는 세라핀 루이 이전에도 앙리 루소(Henri Rousseau)라는 화가를 발굴했는데, 앙리 루소 역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이 세관원으로 일하다가 틈틈히 꿈에서 본 환상같은 이미지를 그림으로 남긴 것에서 빌헬름 우데가 뛰어난 작품성을 발견한 거야. 이 naïve art를 대표하는 화가들에 앙리 루소와 세라핀 루이가 있는데 그 둘의 공통점은 당시의 미술 흐름을 따르지 않고(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본 그대로, 꾸밈도 기예적인 면도 없이 그들의 본능에 충실하게 표현하였다는 것. 안타깝게도 세라핀 루이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화가였지.


 어제였었나? 서담 글을 보다가 예술가들은 대체로 정신적으로 보통 이상으로 예민한지?에 대해 질문과 관련된 글을 봤었어. 맞나? 난 항상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역사적으로 상당 수의 화가들이 그들의 궁핍한 형편에 겹쳐 정신적인 증상에 시달렸고 이것이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든다. 그리고 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일반 화가들 역시,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갖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그게 좀 많이 힘들다 보니 신경질적인 면이 결코 보통 수준인 건 아닌 것 같아. 내 어머니 역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어머니가 화집, 책을 넘어서 온갖 매체를 탐독하시면서 작업에 매진하실 때에는 나는 절대 못 건드려...화내면 무서워...;


 세라핀 루이의 삶을 영화로 만든 것도 있어. 나는 세라핀 루이라는 화가를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건 알려줘도 될랑가 모르겠어. 지금 유튜브에 SERAPHINE이라고 검색하면 영화가 풀려 있거든. 자막 없이 이태리어 같은 걸로 되어 있긴 한데 그냥 봐도 괜찮을 것 같긴 해...


 이거 불법 같은데 이렇게 알려줘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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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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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0

익명1
2020/07/06 03:18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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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라는게 이거 책 내용 그런거야? 다미가 쓴 매용이라면 아주 훌륭한거같아서..ㅋㅋ 나는 좋은데 새로운 예술 면을 배우고가는거같아서!

글쓴이
2020/07/06 03:21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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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 영화 영상물 저작권 말하는 거였어...2008년 10월 개봉작인데 아직 제작자 분들이 돌아가셨을 것 같지는 않아가지고

익명2
2020/07/06 10:2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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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서담미술관 오랜만에 보는데 어디 갔다 오셨나요?

글쓴이
2020/07/06 11:22
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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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오진 않고...지난 글들에서 드러나는 제 짧은 식견이 부끄러워서 이것저것 읽다 왔어요ㅋㅋㅋㅋㅋ